만화가 취미인 게 뭐 어때서

만화 좋아하세요?

잠시 머뭇거린다. 소위 오덕 입문과정을 밟는다는 만화를 자신 있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럼 만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자.

첫째 만화는 시대를 대변한다고. 1990년대 한국 출판만화는 초호황기였지만 이는 IMF라는 격변의 파도 속에서 방향을 잃고 하향세를 걷게 된다. 하지만 만화에 대한 소비층은 쉽사리 소멸되지 않았고 웹툰 시장이 형성되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렇게 태어난 만화는 영화로 새롭게 태어난다. 일본 만화를 만들어낸 주력 장르인 스포츠 만화의 태동과 성장 배경도 일본의 경제 상황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90년대 호황기를 거쳐 버블의 붕괴와 함께 스포츠 만화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에 대한 분석은 그래서 중요하다.

둘째 만화는 산업이라고. 마블은 매년 히트작을 양산하며 수많은 인파를 극장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캐릭터 상품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며 이미 다양한 업계와 함께 상품을 만들어 낸다. 서울에 연고를 둔 야구팀 LG Twins도 이를 놓칠 리 없다. 잠실에는 이미 마블 캐릭터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은 야구팬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패션을 주도하는 Gucci를 추격하는 PRADA가 새로운 돌파구로 내세운 것이 또한 만화. 흔히들 융합의 시대라 한다. 이 융합이 일어나는 물리적 현상에 대한 집중보다는 왜 만화가 이토록 많은 산업들과 협업이 가능한지에 대한 배경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셋째 만화는 예술이라고. 슬램덩크 작가 다케히코 이노우에가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었다는 뉴스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만화가들이 고집하는 세심한 붓터치와 특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그들 고유의 화풍은 이미 예술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는 만화 시장이라는 인프라 구축이 기저에 깔려있을 때 가능하다. 그렇기에 오늘날 예술로써 만화가 걸어가는 행보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만화가 취미인 게 뭐 어때서?’

이는 단지 만화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만화가 대변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대해 그리고 만화를 통해 사회를 향해 외치는 작은 목소리를 이 자리에 담아내고자 한다. ‘지하극장’에서는 5회에 걸쳐 작가, 평론가, 칼럼니스트들의 강의가 진행된다. 이 기간 동안 ‘지하극장’은 만화방이 된다. 본인이 자신 있게 추천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만화를 가지고 극장을 채워주길 바란다. 뜻밖의 동지를 만나 인생 역작에 대한 밤샘 토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 신명난 이야기로 당신의 만화를 하얗게 불태워 보자.

강연자 목록

김닛코

각양각색의 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미국 히어로 만화가 좋아서 혼자 조용히 연구하다가 디즈니 코리아 마블 공식 필진 1호로 선정되면서 취미가 직업이 되었다.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및 네이버 등 주요 포털과 각종 매체에 슈퍼히어로 관련 컨텐츠를 기고하고 있으며, [얼티밋 마블], [마블 스파이더맨 백과사전] 등의 다수의 도서를 감수하고 있다.

정지우

작가 및 문화평론가. 고려대학교 및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현대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관한 다양한 글을 발표하고 관련 책을 집필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청춘인문학』, 『삶으로부터의 혁명』, 『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분노사회』, 『사람은 왜 서로 도울까』,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부모사용설명서』, 『고전에 기대는 시간』등이 있다.

성인수

"인수니즘 코믹스"의 대표로 2015년 웹툰 [세번째 삶]을 연재했다.
[세번째 삶]은 2016년 일본 V코미에서 연재되었고 현재는 후속작인 [바로크바로크]가 연재중이다.
팟빵에서 [성인수의 만화클래식] 팟캐스트를 진행중이며 2017년부터 웹툰인사이트에서 [만화 에세이]란 제목으로 평론을 연재중이다.

강상준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DVD2.0, FILM2.0, iMBC, BRUT 등의 매체에서 줄곧 기자로 활동하면서 영화, 만화, 장르소설, 방송 등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쓰며 먹고 살았다. 『위대한 망가』를 썼고, 『웹소설 작가 입문』『매거진 컬처』『젊은 목수들』을 공저했으며, 『공포영화 서바이벌 핸드북』을 번역했고, 『좀비사전』『탐정사전』을 기획, 편집했다. 2015년부터 KBS 팟캐스트 [덕업상권]을 진행하고 있다.

박석환

스포츠서울 신춘문예(1997년)에서서 만화평론으로 등단해 (사)한국만화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전략기획팀장 등을 역임하였다.
세종대학교에서 예술학(애니메이션 전공) 박사학위를 수료하였고 한국영상대학교에서 만화콘텐츠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현재는 한국영상대학교 부설연구소 웹툰랩 소장과 (사)한국애니메이션학회 총무이사/편집위원으로 재직중이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활동 심의위원을 맡고 있다.